이 작품은 한 해가 바뀔 때마다 지난 해의 자신에게 작별을 고하며 새로운 자신을 마주하는 작가의 개인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창작 과정은 우연과 직관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작가는 태양빛에 의해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며, 그 달 표면에서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는 듯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 경험은 작가 자신과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 서로에게 인사하고 작별하는 장면을 구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품은 세 가지 주요 시각적 레이어를 통해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제공합니다.

1. 태양의 외곽 표면

검은 배경 속 강렬하게 퍼져나가는 붉은 빛의 흐름은, 마치 우주에서 태양의 외곽 표면을 관찰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붉은 빛은 생명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을 상징하며, 작가의 연속적인 삶과 그 에너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합니다.

2. 달의 외곽을 비추는 빛

이 붉은 빛은 단순히 태양이 아니라, 태양빛에 의해 빛나는 달의 외곽 표면으로도 해석됩니다. 달은 매해 밤하늘에서 작가를 내려다보며, 작가의 기억과 감정을 담아내는 매개체로 설정됩니다.

3. 작가의 동공과 흰자의 경계

세 번째 레이어는 시각적 추상성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확대된 듯한 이미지는 우주적 광경을 넘어, 인간의 신체적 내면으로 초점을 이동합니다. 작가의 동공과 흰자의 경계를 보여주는 듯한 이 연출은 모든 관찰과 기억의 주체가 결국 ‘나’ 자신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시간, 기억, 그리고 자아를 탐구하는 철학적 여정을 제시합니다. 매해 밤하늘을 바라보며, 태양과 달을 통해 스스로를 관찰하고 작별인사를 건네는 행위는 작가에게 있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하나의 의식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역순의 시퀀스를 통해 더욱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과거의 나를 담고 있는 두 눈

그 두 눈이 바라본 달

그 달을 빛나게 하는 태양 

이러한 상호 연결된 내러티브는 시간의 순환성과 인간 존재의 지속성을 암시합니다. 한 해가 지나도, 태양은 달을 비추고, 그 달은 다시 작가의 눈을 통해 기억으로 남습니다. 이는 단순히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작별인사를 넘어,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초월하여 존재의 본질을 사유하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미학적 해석

‘나의 너에게, 너의 나에게’는 추상적이지만 동시에 내러티브적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색채의 단순함 속에 담긴 심리적, 철학적 서사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존재와 기억의 복합적인 관계를 묻는 강렬한 질문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