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가장들이 자녀를 위해 감내했던 희생적 삶의 단면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본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복도식 아파트라는 특정 주거 양식을 통해 가족과의 작별 인사가 이루어지던 당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상징적으로 재현하였습니다.

복도식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아이들이 복도 벽을 붙잡고 출근하는 아버지를 향해 “잘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던 따뜻한 공동체적 공간으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적 주거형식으로 변모하면서, 이런 풍경은 지하주차장이라는 폐쇄적 공간 속으로 사라졌고, 이로 인해 가족과의 소통마저 단절되는 듯한 허망함이 작가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작품 속 빨간색의 유기적 선들은 과거 복도식 아파트의 낡은 벽을 상징하며, 동시에 아이들이 붙잡고 있던 감각적인 ‘터치’의 기억을 재현합니다. 선들이 서로 얽히고설킨 모습은 세월의 흔적과 관계의 복잡성을 암시하며, 아버지의 출근길에 얽힌 보이지 않는 희생과 책임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파란색 배경과 그 위를 떠다니는 타원형의 형태들은 아이들의 얼굴과 입을 상징하며, 복도를 가득 채운 목소리와 아버지를 향한 응원의 노래를 형상화합니다. 이 요소들은 복도식 아파트에서 이루어졌던 사회적이고 감각적인 상호작용을 담아내며, 동시에 현재의 변화된 주거 환경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적 온기를 환기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변화된 시대 속에서 아버지들의 희생과 가족과의 관계가 점차 감춰지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작품은 개인적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한국 사회의 집단적 경험과 변화하는 가족의 의미를 담아내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