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삼”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은 자살에 대한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제작된 서사 연작, ‘자살자의 신호등’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이 연작은 자살이라는 주제를 신호등의 세 가지 색상과 카운트다운의 형식으로 시각화하여 서사적 구조를 형성합니다. “초록과 삼”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첫 단계를 조명하며,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살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합니다.

작품 중앙의 세 개의 커다란 검은 원은 익명의 개인들을 상징하며, 각각 자살의 유혹과 고뇌 속에 빠진 이들의 심리적 상태이자 그들의 머리를 나타냅니다. 이 원은 단순히 “사람의 머리”로 읽히는 동시에, 자살이라는 비극적 선택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는 카운트다운 3초로도 해석됩니다. 이로써 작품은 생사의 갈림길에서의 긴박함과 심리적 압박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합니다.

배경을 가득 메운 초록색의 작은 점들은 신호등의 초록불빛을 은유하며, 자살에 이르는 위험 신호의 첫 단계를 상징합니다. 초록은 교통 신호에서 진행을 의미하며 또한 이후 전개될 정지라는 빨간색 교통 신호로 전개되기에, 본 작품에서는 위험이 시작되는 첫 신호로 재해석되어 삶과 죽음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표현합니다. 이 초록색 점들이 암시하는 신호는 관객에게 ‘현재 상태가 위험 단계에 돌입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 사이에 흩어져 있는 작은 검은 점들은 자살 충동을 경험했거나 현재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군중을 상징합니다. 이는 자살이라는 개인적 선택이 사실상 사회 구조와 연결된 문제임을 강조하며, 군중 속에서 현재 자살 위험에 직면한 이들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는 연출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대비는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책임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깊이 탐구하도록 유도합니다.

더불어 그 사이에 흩어져 있는 작은 노란 점들은 다음 작품인 ‘노랑과 이’로 이어지는 매개체 역할로써, 신호등 체계의 신호 변화 연속성을 이야기합니다. 고로 자살 위험에 빠진 3명의 인물이 파국으로 치닫을 상황을 암시합니다.

“초록과 삼”은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과 반복된 형태를 통해 자살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강렬하게 전달하며, 작품 속 서사가 이어지는 연작의 다음 단계, “노랑과 이”와 “빨강과 일”로 연결됩니다. 이 작품들은 각각 카운트다운을 진행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점진적으로 극대화되는 심리적 압박과 경고를 체감하게 만듭니다.

본 작품은 자살이라는 주제를 미학적이고 상징적으로 탐구하며, 관객에게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감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