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연작 : 출근의 투시

‘새벽의 시작’은 연작 ‘출근의 투시’의 서사를 여는 첫 번째 작품으로, 작가는 복잡한 새벽 출근길의 인간 군상을 비유적이고 상징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이 작품은 하루의 시작, 동이 트기 전 어둑한 새벽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여, 생존과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캔버스에는 총 9명의 인물이 등장하며, 이들의 뒷모습은 층층이 겹쳐진 비늘의 패턴을 이루고 있습니다. 화면의 구성은 최하단에서 최상단으로 향하며, 이는 삶의 여정을 나타내는 동시에 출근길의 군중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합니다. 다소 좁고 밀집된 구도와 제한된 색감의 어두운 팔레트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조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고독과 희생을 느끼게 합니다.

형상과 상징

작가는 물고기의 비늘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물고기의 비늘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물살을 가르는 데 도움을 주는 생체 구조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비늘은 낡거나 떨어져 나가고, 새로운 비늘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이처럼 작가는 물고기의 비늘을 현대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동일시했습니다.

비늘처럼 그들은 자신을 보호하며 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지만, 결국 쓰러지는 존재들입니다. 특히, 작가는 그들의 희생이 개인적 고통을 넘어 사회 구조 안에서 반복되는 순환임을 암시합니다. 캔버스를 옆으로 돌리면 작품이 물고기의 비늘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보이는 점은 이러한 상징성을 시각적으로 강화합니다.

기법 및 표현

작품은 단순화된 선과 형태를 통해 인물들의 뒷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며, 이는 정적인 화면 구성과 함께 인간 군상의 무미건조한 일상성을 암시합니다. 또한, 인물들이 마치 한 덩어리로 엮여 있는 듯한 배치는 그들의 개인적 개성이 흐려진 현대사회의 단면을 반영합니다.

어두운 색조의 채색과 반복적인 패턴은 관객에게 시각적 리듬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작품에 깃든 안타까움과 희생의 감정을 심화시킵니다. 이 모든 요소는 관객으로 하여금 출근길 군중의 삶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작품의 의의

‘새벽의 시작’은 치열한 사회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을 물고기의 비늘로 재해석함으로써, 현대인의 삶과 죽음, 희생과 재생의 아이러니를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관객은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성찰하며, 자신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계기를 맞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