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품은 한 평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과거의 자아와 조우하는 우리들의 내면 풍경을 서정적이면서도 구조적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과 망각, 자기 응시, 해방에 대한 갈망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다룹니다.

화면의 중심(수직)을 기준으로 데칼코마니(대칭 구조)처럼 동일하지만 양분화 된 2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는 자아의 이중성을 의미합니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사물일 수도 있음) 간의 지속적인 대면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특히나 이 대칭 구도는 단순한 반복이 아닌, 심리적 반영과 같은 내면의 분열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끊임없이 반추하고 재해석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품 속 인물은 두 팔을 하늘로 들어 올린 자세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구속(과거의 기억)으로부터의 해방과 기억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정신적 자유의 희구를 상징합니다. 이러한 자세는 신화적·종교적·영화적 맥락에서도 해석 가능한데, 해탈 혹은 승화의 몸짓으로도 읽히고는 합니다.

인물이 놓여 있는 배경은 맑고 흐르는 물의 풍경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정화와 순환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상징합니다. 인물과는 대조적인 대상입니다.

물은 전통적으로 감정의 무의식을 상징하는 매체로 기능합니다. 해당 작품에서는 작가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기억의 흐름과 그것을 끊고자 하는 소망을 암시합니다. 

결국 해당 작품은 인간 존재가 기억과 마주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덤덤하게 고백하면서도, 그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모순된 욕망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소망과 조형적 상징성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감정과 철학, 형태와 흐름이 결합된 현대적 자화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